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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프랑스 파리서 '2030 월드 엑스포'의 개최지가 결정되었습니다. 9년 간의 대장정 끝에 결정된 장소는 119표를 획득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였는데요. 부산은 29표, 로마는 17표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부산의 열기는 다른 나라 못지않았습니다. 지난달에는 부산 시민들이 직접 거리에 나서 뜨거운 환호를 보내며 “어메이징 부산, 넘버원 부산”이라고 외치는 열정을 보여주었으며, 28일 개최지 선정 당시에는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1,500여명의 부산시민이 모여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희망하는 대규모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노력을 펼친 부산은 왜 유치에 실패한 걸까요? 사우디는 어떻게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걸까요?
오늘의 글로벌 인사이트, ‘2030 엑스포 유치’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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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 유치해 🎈
부산에 엑스포를 유치하고자 하는 열기는 국경을 넘어 프랑스 파리에서도 퍼져 나갔습니다. 파리 시내에는 부산 엑스포 유치를 염원하는 문구가 부착된 버스들이 돌아다녔습니다. 이 버스는 무려 2030대였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되기도 했죠. 뿐만 아니라 파리 샤를 드골 국제공항에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광고가 게재되었고, 한국 기업들의 프랑스 내 매장에서도 부산 홍보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도 엑스포 유치에 적극 나섰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특별 제작한 '아트카'를 선보였고, 삼성전자는 유럽 주요 도시에서 대형 옥외광고를 활용해 부산의 엑스포 유치 열기를 세계에 알렸습니다.
그렇다면 부산이 내세운 전략은 무엇이었을까요? 부산이 강조한 개념은 '문화'와 '연대'의 엑스포였습니다. 그에 걸맞게 PT의 주요 연사는 가수 싸이, 소프라노 조수미, 건축가 진양교, 스타트업 CEO 이수인이었고요.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에 존재감을 알린 가수 싸이는 직접 무대에서 말춤을 선보이며 객석에 웃음을 안겼습니다.
또한 마지막 연사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1993년 대전과 2012년 여수에서 개최한 엑스포와 올림픽, 월드컵 등 메가 이벤트 개최 경험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피력했습니다. '부산 이니셔티브'를 통해 한국의 역동성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미래 세대와 인류 공동체를 위한 화합의 장으로 만들어 나갈 것을 강조했고요. 하지만 '부산 엑스포'에서 '강남 스타일'은 통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이 같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부산 엑스포는 불발되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부산이 무엇을 놓쳤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며 다른 나라들은 어떤 홍보 전략으로 주목받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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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2030 부산엑스포 홍보관 포토존 이미지 <사진=부산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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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엑스포가 대체 무엇이길래 많은 나라들이 자국에 유치하길 희망하는 것일까요?
엑스포는 세계 최대의 공공박람회로, 새롭게 개발된 과학기술과 상품을 전시를 하면서 신기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증기기관, 전화기, 티비, 비행기 등 현재 우리 생활을 편하게 해 주는 기술 및 상품이 과거 엑스포에서 전시된 바 있고요. 과학 기술을 전시하는 것 외에도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나 비전을 공유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또한 엑스포는 인정 엑스포와 등록 엑스포로 구분이 되는데요. 인정 엑스포는 엑스포의 명확한 특정 주제가 있어야 하며, 25ha 미만인 공간에서 최대 3개월 동안 개최가 가능합니다. 그에 반해 등록 엑스포는 광범위한 주제를 가지며 개최 면적에 제한을 받지 않고 최대 6개월 동안 전시가 가능합니다. 즉 부산이 유치하길 희망했던 2030 엑스포는 등록 엑스포로 그동안 한국에서 개최되었던 엑스포보다 훨씬 큰 규모의 엑스포입니다. 1993년 대전 엑스포와 2012년 여수 엑스포는 인정 엑스포에 해당하는 것이죠.
엑스포의 가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엑스포는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메가 이벤트’로 불리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올림픽・월드컵과 맞먹을 정도로 굉장한 경제효과가 따라옵니다. 2002년 한국・일본 월드컵은 11조 4700억 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29조 원의 경제효과를 불러일으켜 화제가 된 바 있고요.
또한 1993년 대전 엑스포는 개발도상국에서 첫 엑스포를 개최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당시 1400만 명이 대전에 방문하였으며 254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는데요. 2021년 두바이 엑스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30조 원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전 세계를 왕복하는 데에 제약이 사라질 2030년 엑스포에서는 61조 원 가량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요. 이 외에도 엑스포는 일자리 창출 및 지역 발전, 관광산업 발전 등을 이끌며 전반적인 국가 발전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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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가 성공한 이유 💬
한국, 이탈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세 나라의 치열한 접전 끝에 이번 2030 엑스포의 개최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로 선정되었습니다. 사우디는 182개국 중 투표에 참가한 165개국으로부터 119표라는 압도적인 표를 얻었는데요. 사우디가 개최국이 될 수 있었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1. 평화를 이끌어 낸 사우디의 외교
사우디가 행한 평화적 외교의 제스처는 엑스포에서 사우디가 개최국이 될 수 있었던 성공 요인 중 하나입니다.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중동은 그 곳에 속한 국가 간 뿌리 깊은 갈등으로 늘 ‘전쟁상태, 위기’라는 단어가 따라붙었습니다. 이에 사우디는 오랜 앙숙 관계였던 이란과 화해하고, 이스라엘과 수교하는 외교적 움직임을 보였고요. 이런 외교적 행보를 통해 사우디는 전 세계에 중동에도 평화가 올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사우디의 외교는 중동 밖에서도 힘을 발휘했습니다. 먼저 사우디는 프랑스를 방문하여 정・재계 인사들은 물론 학자들을 만나 다방면에서 대화를 나누며, 사우디와 프랑스의 경제적 협력을 도모하는 등의 방식으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를 얻어냈습니다. 프랑스의 지지에 힘입어 사우디는 유럽 다른 국가들의 지지도 상대적으로 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고 평가됩니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는 기존에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았던 국가들과 수교를 진행해 기존의 폐쇄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사우디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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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2020 두바이 엑스포 당시 설치된 사우디 전시관 <사진=리야드 엑스포 2030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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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한 사우디
사우디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엑스포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목적 달성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다른 국가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했고 엑스포 개최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 꼽힙니다. 또한 사우디는 엑스포를 빈 살만 왕세자의 등장 이후 국가 중심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비전2030’의 일환으로 삼아 구체적인 개최 방향을 설명했는데요. 그들은 ‘변화의 시대(The era of change)’라는 주제를 발표해 사우디가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할 것을 약속하며, 구체적으로는 경제의 변화, 환경의 변화, 문화의 변화를 약속했습니다.
사우디는 다른 중동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석유 산업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하지만, 석유의 고갈, 대체 자원의 개발 등으로 석유 산업의 미래가 더 이상 보장되지 않자 사우디는 수입원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사우디는 엑스포 개최를 통해 국내 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어필했습니다.
사우디는 친환경 도시, 에너지 효율 건물, 교통 인프라 확대 등 환경 친화적인 국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계획은 2022 카타르 월드컵,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개최국들이 시행한 친환경 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환경 보호를 주요 가치로 여기는 시대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그동안 인권 문제에 시달려 왔습니다. 사우디가 개최국으로 선정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부분도 바로 인권 문제고요. 사우디는 자국의 약점을 잘 알았고 이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습니다. 사우디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노동권 보장, 등을 언급하며 ‘평등’을 엑스포의 정신으로 내세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레젠테이션 연사로 사우디의 공주 하이파 알 모그린을 내세워 여성의 인권 개선에 대한 의지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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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실패한 이유 🤔
앞서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 세계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외교적 노력 및 홍보 전략은 비교적 구체적이고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것이 한 눈에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1조 4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했지만, 결국 실패한 요인을 무엇일까요?
1. 2023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실패
우리나라는 올해 8월 국제 청소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새만금에서 개최하였습니다. 그러나 기후적 요건 및 위생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등 국제 대회 진행의 초반부터 운영의 미흡함을 드러내어 국제적인 질타를 받았습니다. 뒤늦게 정부 및 기업 차원에서 잼버리 참가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였지만, 국가 별로 다른 숙박 장소와 프로그램 내용에 따른 혼란 등 전 세계 청소년들이 모여 스카우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잼버리 대회의 목적과 맞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국제 행사를 개최함에 있어서 신뢰성을 잃었다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2. 우리나라의 전략과 주제의 모호성
사우디아라비아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전 세계 120개국 이상을 순방하며 엑스포 유치에 힘썼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100여국을 순방하였습니다. 동시에 사우디는 아랍권 국가, 중동 국가, 아시아 국가, 북미 국가, 남미 국가 등 전 세계를 중심으로 순방한 반면, 우리나라는 아랍권과 중동 국가를 제외하고 순방하였습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회”를 엑스포 주제로 하여 우리나라의 “세계의 미래를 여는 도시, 부산”이라는 슬로건에 비해 전 세계 홍보에서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30 세계 엑스포 유치국이 되겠다고 선언한 후, 각국 정부와의 회담을 총 230여 차례, 기업 간의 협력 회담을 1,200여 차례 진행하며 엑스포 개최에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했으나 전 세계를 상대로 진행한 홍보 행사에서 주제가 비교적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정부 및 기업체가 많은 국가들과 회담 당시에 진행하던 기술 및 협력 방안(에너지, 식량안보 등)은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이념적이고 추상적인 제안을 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역량이 부족함을 드러냈습니다.
3. 국제적 인지도의 부족
경제적 규모와 문화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한국은 국제적으로 매우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 운전 허용, 종교 개혁 및 외국인의 투자 확대 등 다양한 사회 방면에서 개혁을 추구해 오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개혁들을 통해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부국, 이슬람교 종주국으로서 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간 케이팝, 케이뷰티 및 드라마 등 문화적인 측면에서 세계적인 홍보와 관심을 얻고 있으나, 국가 정상들이 모여 엑스포 개최국을 정하는 순간만큼은 문화적 요소보다 국제 정치의 요소가 더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합니다.
이 외에도 PT의 홍보 영상에서의 콘텐츠 부실함, 엑스포 유치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 부족, 개발도상국 표심 확보 미흡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외교적 반성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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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야드 엑스포의 청사진 💡
리야드 엑스포 설계팀은 리야드 엑스포 설계/운영 및 관리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2023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엑스포 설계팀은 엑스포 개최에 대한 청사진(마스터플랜)을 공개했는데요. 간단히 2가지 포인트를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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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야드 엑스포 조감도 <사진=리야드 엑스포 2030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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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박람회장의 디자인입니다. 박람회장은 킹살만 국제공항 부근에 건설될 예정으로, ‘리야드 메트로’를 통해 이동한다면 수 분 내로 도착하는 거리입니다. 또한 박람회장은 226개(예상치)의 구형 파빌리온이 건설되어 참여국가들에게 한 곳씩 배정될 예정이고요. 위치는 해당 국가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해 배치된다고 합니다. 파빌리온을 포함한 통로, 조경 등은 고대 리야드 시티의 역사, 문화, 자연 경관을 반영해 설계된다고 하네요. 또한 편리성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박람회장과 중앙 광장, 문화/혁신 시설, 레스토랑, 휴식/대기 공간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방문객들이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친환경’ 엑스포라는 점입니다.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리야드 엑스포 설계팀은 탄소중립 엑스포를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할 것, 생물 다양성 개선과 음식물 쓰레기 없는 환경, 재활용 등에 대한 여러 계획을 내놓으며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하기 위한 리야드 엑스포 설계팀의 노력을 보였습니다. 박람회장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그린 오아시스’도 배치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강조하는 주제의식도 디자인에 녹여내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민관이 합동으로 진행했던 부산의 2030 엑스포 유치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왔습니다. 세계 3대 메가이벤트 중 하나인 엑스포의 가치와 그에 따른 효과를 기대했던 한국으로선 매우 아쉬운 결과일 수밖에 없는데요. 사우디가 홍보 기간 동안 보여준 인프라 구축 계획, 리야드의 미래 비전 그리고 자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을 살펴보면 부산의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산에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을 더 적극적으로 어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고요.
또한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결과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실・여당과 언론의 지나친 낙관론 역시 비판을 받게 되었고요. 다만 부산이 2035 엑스포 재도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진 만큼, 이 실패의 경험을 양분 삼아 보다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길 바랍니다. 평창 동계올림픽도 ‘3수’ 끝에 얻어낸 결과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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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경민, 박희상, 유효정, 김예림, 장윤수, 신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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