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스 구독자님, 최근 연일 국제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슈를 알고 계신가요? 하마스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시작되었던 이스라엘과의 전쟁이 최근 중동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도대체 중동은 어떤 곳이길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요? 또 전쟁에 가려 우리가 알지 못한 중동의 현대적인 면모는 무엇일까요?
이런 중동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책이 있답니다. 바로 오늘 리뷰할 장지향의 《최소한의 중동 수업》 입니다.
▲ 책 《최소한의 중동 수업》<사진=시공사>
① 중동을 이끄는 개방적 왕정국가 👑
먼저, 저자는 이 책에서 중동의 국가를 사회 화답력과 법 집행력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아래의 표를 살펴볼까요?
이 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개방적 왕정국가입니다. 개방적 왕정국가에는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모로코 등이 있습니다. 이 나라들은 모두 종교와 혈연을 강조하며 권위의 세습을 인정합니다.
그럼 우리가 중동에서 이 국가군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바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풍부한 자금과 개방적 정책의 수용에 있습니다. 중동의 개방적 왕정국가는 대부분 산유국입니다. 이들은 원유를 수출해 막대한 수입을 얻었고 국민들에게 엄청난 복지 혜택을 제공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왕정국가들이 ‘아랍의 봄’ 혁명 물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또한 개방적 왕정국가들은 세계화의 흐름에 맞춰 국제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를 보이고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등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슬람에서 규정하는 여성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곧 다가올 친환경 에너지 시대에 대비해 과학 기술에 투자하는 등 새로운 중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카타르 월드컵에서 두 여성 축구팬이 사우디 국기를 들고 사우디 팀을 응원하고 있다<사진=EPA 연합뉴스>
이 두 요소를 바탕으로 2020년 아랍에미리트는 아랍권 최초이자 세계에서 5번째로 화성 탐사선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 친환경 미래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네옴시티’를 만들겠다고 선언해 전 세계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죠.
사막, 낙타, 독특한 옷차림 등으로 대표되던 중동의 이미지를 개방적 왕정국가들이 현대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② 중동 발전의 원동력, 중동 MZ 🆕
저자는 이 책에서 중동의 MZ 세대를 중동의 변화를 이끈 가장 결정적 요인으로 꼽습니다. 개방적 왕정국가들이 과거에 고수하던 폐쇄적인 태도를 버리게 된 데에도 MZ들의 영향력이 십분 발휘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중동의 MZ세대들은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교류하며 민주주의, 평화, 세계화의 가치를 접했고 그 가치들을 지향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청년들은 자신들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라의 현대화,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국가 인구의 절반이 넘는 MZ세대의 지지를 받은 국가는 더 적극적으로 개혁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아랍에미리트는 아예 정부 구성원을 젊은 세대로 교체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22세의 청년부 장관, 29세의 과학위원회 위원장 등이 아랍에미리트를 이끌어가게 된 것인데요.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38세의 빈 살만 왕세자를 중심으로 개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또한 공식적인 연설에서 항상 자국 청년들을 언급하며 자국 청년들이 계속해서 국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합니다.
③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의 해결 방법은? 💬
이 책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2500여발의 로켓을 발사하기 전 쓰여진 책인데요. 그럼에도 저자는 마치 이 일을 예견하듯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마스의 공격 → 이스라엘의 방어와 보복 →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 발생 → 국제사회의 이스라엘 비난 → 휴전 합의 → 양측의 승리 선언’ 이러한 루틴이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죠. 다만, 올해 이 루틴에서 다른 점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이스라엘 내 물적, 인적 피해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알 아크사 모스크주변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이 맞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저자는 이 두 국가의 갈등 관계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각 국가가 내부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스라엘은 네타냐 후 총리가 15년 넘게 집권하며 문제가 불거졌습니다.그는 이스라엘을 유대민족 국가로 선포하며 이스라엘 내 아랍계 사람들을 차별하는 등 각종 보수적인 정책으로 이스라엘 내 중도파, 진보파와 갈등을 벌이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을 선언했습니다. 세계는 그런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에 각종 지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여당인 파타흐는 지원금을 착복했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유지하며 이스라엘과의 협상이 좀처럼 진전시키지 못했습니다.이런 파타흐에 불만을 가지고 나타난 정당이 바로 하마스인데요. 하마스는 이슬람 급진주의를 내세우며 파타흐와 대립했고, 두 정당 간 전쟁 끝에 현재 서안 지구는 파타흐가,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점령하게 되었습니다. 1국가 2체제가 된 것이죠.
④ 에디터 총평: ★★★★★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올해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책을 통해 어떤 정보를 접할 경우, 다소 시간이 지난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는 한계가 있죠. 그런데 이 책은 가장 최근의 중동의 정세와 변화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어서 우리가 중동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때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이 책의 저자가 한국인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중동에 대해 공부할 때 주로 외국의 학자가 쓴 번역서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래서 부자연스러운 어투와 익숙치 않은 용어들로 인해 안 그래도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었죠. 하지만 이 책은 한국인 학자가 써서 그런지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좀 더 수월하답니다.
이 외에도 《최소한의 중동 수업》에서는 대부분의 중동 국가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부분 말고도 아랍의 봄, 이슬람 테러단체의 변화, 작년 한해 뜨거운 이슈였던 아프가니스탄 문제까지 중동 전반에 걸친 이슈를 중동 내 각 국가의 입장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는 중동! 중동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면 지금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