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스 구독자님,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의 '팁 서비스', 카페 계산대 옆에 놓여있는 '팁 박스'를 본 적 있으신가요? 최근 발생한 여러 논란과는 별개로 아마 대다수의 독자 분들은 '팁 문화'가 익숙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한국에서도 팁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고요.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낯선 문화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우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서방의 문화이기 때문일까요? 한국 사회에 침투한 팁 문화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논쟁과 불평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오늘의 글로벌 인사이트, ‘팁 문화’입니다.
‘팁’은 서비스를 제공해 준 사람에게 주는 ‘수고비’입니다. 나에게 제공해 준 서비스가 고맙다는 의미로 기존 금액 외의 돈을 자율적으로 더 지불하는 것이죠. 또한 서비스 제공자의 임금을 보충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 외국의 팁 문화와 한국 팁 문화의 확산 💸
미국과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의무적인 팁 문화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보통 가격의 20~25%의 팁을 지불하는데요. 구매가의 10~15%이었던 코로나19 이전의 팁 비율에 비하면 많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두 나라의 경우, 식당 종업원의 임금이 팁을 감안하여 계산돼 낮게 측정되기 때문에 팁을 조금만 주면 상식이 없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식당 뿐만 아니라 미용과 베이비시터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에게도 팁을 제공하고요.
또한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계산서에 15~18%의 팁이 첨부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계산서에 포함되어 있거나, 카드를 사용하여 지불하면 서비스 제공자에게 팁이 직접 전달될 가능성은 낮은데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던 서비스 제공자에게 팁을 전달하고 싶다면 현금으로 전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팁을 지불하는 것이 익숙한 미국에서도 팁 문화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미국 뱅크레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6%가 팁 문화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팁 문화는 통제 불능이다”라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직원은 임금 외의 팁에 너무 의존하게 되었으며, 손님은 자발적이 아닌 의무적으로 사전 측정된 팁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입니다. 일부는 팁 문화가 없어진다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하기도 했죠.
이에 현재 많은 경제학자와 정책입안자, 그리고 외식업계 노동자들은 팁 문화가 부당한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팁을 지불하는 행위는 더 이상 자발적이지 않을 뿐더러, 종업원이 받는 최저임금은 시간당 평균 약 2달러(2014년 기준)에 불과하여 오히려 손님들이 종업원의 임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입니다.
▲ <사진=shutterstock>
그렇다면 한국의 팁 문화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을까요?
한국의 팁 문화는 과거 현금 사용이 일반적이었던 시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택시 요금 외에도 소액의 잔돈을 종종 택시 기사에게 팁으로 주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고급 식당이나 호텔에서는 구매 가격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봉사료나 부가가치세가 별도로 부과되기도 하고요. 현재까지도 골프장에서는 캐디에게 별도의 팁을 지불하는 게 '매너'로 불린다고 합니다.
또한 2010년대 들어 배달 시장이 확대되면서 음식 배달원에게 팁을 주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 음식 가격 외의 배달 업체에 대한 추가 금액을 손님이 지불하는 것인데요. 이는 '배달팁'으로도 불리며 우리 생활에 완전히 스며들었습니다.
✅ 팁 문화의 기원 🧐
팁(TIP)이라는 말은 16세기 영국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술집이나 커피하우스에서는 ‘To Insure Promptitude’가 적힌 통이 있었는데요. 이는‘신속함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는 뜻입니다. 즉 신속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원하는 손님들이 그 통에 동전을 넣는 것이죠. 이로써 ‘To Insure Promptitude’의 앞 글자를 딴 TIP이라는 단어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팁 문화의 기원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중세 봉건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팁에 대해 상세하게 서술한 작가 Kerry Segrave에 의하면 팁을 주는 관행의 기원은 모호하지만, 중세 후기에 영주가 그의 하인이나 노동자에게 동정과 선행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몇 개의 추가적인 동전을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영국의 튜더 시대에 이르면서, 개인 주택을 방문한 방문객들은 호스트의 하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팁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확립되었습니다. 노동력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으로 굳어진 것이죠.
그렇다면 팁의 나라 미국이 이러한 문화를 도입한 건 언제일까요?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팁 문화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남북전쟁이 끝난 이후부터입니다. 남북전쟁 직후 생겨난 미국의 부자들 사이에선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온 뒤 유럽 귀족의 풍습을 따라 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요. 팁 문화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미국의 부자들이 유럽의 팁 문화를 미국에도 확산시킨 것이었죠.
또한 팁 문화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발달한 것은 남북전쟁 직후의 노예해방과 관련이 있습니다. 전쟁 이후 고용자들은 해방된 흑인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어야 하지만, 그들은 임금을 적게 주거나 아예 안 주기 위해 팁이라는 편법을 사용했습니다. 손님들이 팁을 주면 고용주가 그만큼의 임금을 안 주어도 되기 때문이죠. 이렇게 사회적 풍습과 국가의 시스템 등으로 인해 발달한 팁 문화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팁 문화 도입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이는 팁 문화에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팁 문화의 장단점 ✔️
먼저 장점을 살펴볼까요?
1. 질좋은 서비스 장려
식당에서 팁을 받을 수 있는 직원들은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을 기울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가게의 평판을 향상시키고, 결과적으로 손님들의 수를 늘리는 데 기여하며 이는 고용주들에게도 이익을 제공합니다.
2. 직원에게 추가적인 소득을 제공
팁 문화가 확립되면, 서비스 제공자들은 고용주로부터 받는 월급 이외에도 고객들로부터 받는 팁을 통해 추가적인 경제적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월급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팁은 그들이 생활비를 보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요. 특히 최저 임금이 낮고 생활비가 높은 지역에서는 팁이 생계 유지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음식 값의 18%에 해당하는 금액을 팁으로 자동 부과한 영수증 <사진=한국일보>
다음은 단점입니다.
1. 갑질 초래
팁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들은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과 같은 갑질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고객들은 돈을 지불한다는 이유만으로 서비스 제공자들의 인격을 무시하고 팁 문화의 본질적인 의미를 흐리게 만들 수 있죠.
2. 팁으로 인한 최저임금의 차이 발생
현재 미국은 일반 최저임금과 팁을 받는 서비스직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일하는 주방 직원과 홀에서 서빙을 하는 직원은 팁을 받을 기회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의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적용하면 불공평성이 발생할 수 있는데요. 미국노동부에 따르면 일반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표준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이고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2.13달러입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팁을 지불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팁을 못 받는 서비스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차이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3. 팁에 대한 사회적 압박 발생
팁은 무조건적으로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 질 좋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고객들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팁 문화가 인플레이션되어 물가 상승과 함께 팁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고객들은 불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고도 팁을 내야만 하는 압박을 느낄 수 있으며, 서비스 제공자들은 팁을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는 고객에 대해 불만을 품을 수 있습니다. 양측 모두 불합리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