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스 구독자님, 2021년 화제작 <모가디슈>를 관람하신 적 있나요? 코로나 상황이 조금씩 진정된 후 공개된 작품이라 큰 기대를 품고 영화관에서 보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오늘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모가디슈>에 관한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눠볼까 합니다.
▲ 영화 <모가디슈> 포스터 <사진=다음 영화>
① 간단 줄거리 🎬
1991년까지 남한과 북한은 UN에 가입하지 못한 상태였고, UN 가입을 위해서는 당시 회원국이었던 소말리아와의 관계가 중요했습니다. 따라서 아프리카 대륙의 각 국가들과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맺기 위해 한국 외교관들은 머나먼 타국으로 떠나와 발로 뛰어야 했고, 소말리아 역시 그 중 한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소말리아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후에 내전으로 확산)로 남북한의 공관 직원들은 그야말로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결국 소말리아에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탈출 작전을 벌이게 됩니다.
이처럼 과거 실제로 발생하였고 가볍지 않은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짚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모가디슈>인데요. 많고 많은 관전 포인트 중에 오늘은 2가지만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사진=다음 영화>
② 깻잎의 역사는 유구하다 🍃
소말리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게 되고 북한 외교공관이 공격받자 북한측 인원들은 공관을 탈출하게 되는데요. 최초 목적지였던 중국 대사관으로 갈 수 없게 되자 하는 수 없이 한국측 공관으로 발길을 돌리게 됩니다. 한국 공관 내에서도 한동안 수용 여부를 두고 옥신각신, 끝내 북한 측 사람들을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갈등 상황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북측 사람들을 들인 후 한국 측의 준비로 저녁식사 자리를 갖게 됩니다. 해당 장면은 개인적으로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뽑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틱한 액션신도, 귀에 특별히 꽂히는 대사도 없지만 전등도 제대로 켜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흐르던 긴장감 섞인 공기는 쉽게 잊히지 않는 힘을 갖고 있는 것 같거든요.
어색한 상황 속에서 한 대사가 음식이 안전함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으로 식사는 시작되었고, 식사 도중 김명희(김소진 분-한국 대사 부인)이 깻잎을 집을 때 배영숙(박명신 분-북한 대사의 부인)이 붙은 깻잎을 떼는 것을 도와주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입니다. 김명희는 바로 배영숙을 쳐다 보았지만 배영숙은 조용히 거들 뿐 눈을 마주지치는 않습니다. 표현 못할 감동과 서글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면이자, 한 걸음 나아가기 힘든 남북관계에 대한 은유로 보여져 생각이 깊어지게 되는 장면인데요. 깻잎은 한국에서만 식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더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③ 살 사람은 살아야겠지요 💬
한 대사와 림 대사는 작전이 시작되기 전 만일의 경우 함께 탈출하지 못하게 될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긴장한 듯 묻는 림 대사에 한 대사는 외려 덤덤하게 대답합니다. “살 사람은 살아야겠지요” 림 대사는 이내 고개를 끄덕입니다.
조금 잔인한가 싶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지극히 합리적인 결론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남북한은 당시도, 지금도 서로를 완벽한 한 편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와는 대조적으로 각자 이탈리아/이집트 대사관으로 도움을 요청하러 갈 때 각 대사의 태도를 유심히 보셨다면 양측이 함께 가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러한 의지는 탈출 작전 당일, 작별 인사를 고할 때까지 생생히 그려집니다.
한계까지 부딪힌 상황에서 그들을 움직였던 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인류애, 민족의식, 개인의 선한 본능과 같이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한 대사와 림 대사의 의미심장한 대사를 기억하면서 보신다면 제 질문에 대한 구독자님의 답과 재미와 의미를 다 잡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라 자부합니다.
④에디터 총평: ★★★★★
우리가 밟고 섰던 외나무다리
카체이싱, 격투, 총격 장면이 등장하나 이 영화의 주된 장면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것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초반-중반 한국의 외교적 현실을 묘사하는 장면과 후반부에 남북 양측이 작별을 고하는 장면을 강조 드리고 싶은데요.잔잔한 전개이지만 돌아보면 배경과 인물, 각종 디테일에서 시사하는 바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즈음 상업영화 특유의 시원한 장면은 많지 않지만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금 꼭 필요한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 영화 <모가디슈>의 한 장면<사진=다음 영화>
남북 문제는 민감하지 않은 부분이 없습니다. 작은 불씨에도 갈등은 부지불식간에 커지고 다시 평화를 이루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겨우 이뤄낼 수 있는 과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 그 힘든 시간을 같이 겪어 내고도 서로 눈도 마주치지 못한 상태로 헤어지는 장면에서 각자 다른 감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늘 질문 자판기였던 저는 다음 두 가지 질문으로 오늘의 리뷰를 마칠게요. 여러분은 마지막 장면, 서로의 마지막 모습을 차마 확인할 수 없는 그 장면에서 무언가 느끼셨나요? 남북한은 1991년 모가디슈에서부터 몇 걸음 전진한 것 같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