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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교정시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세계교정시설개요’(WPB) 2024 통계를 살펴보면 중남미와 카리브에는 교도소 수용률이 100%를 넘어섰다고 전해졌는데요. 이런 교도소 과밀화는 수감자들의 분노를 유발해 폭동의 원인까지 되어버렸습니다. 범죄자들의 교화를 위해 지어진 교도소가 또 다시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면, 앞으로 범죄자를 교화할 수 있는 시설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오늘의 글로벌 인사이트, '교도소 과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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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국가들의 심각한 교도소 과밀화
2024년 11월 남미 에콰도르의 리토랄 교도소에서 폭동이 발생해 30명에 가까운 수감자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교도소 과밀 수용과 더불어 에콰도르의 여러 카르텔 소속 갱단원들이 이곳에 몰려 수용되어 있어 내부에서 영역다툼이 발생한 것이었죠.
또한 지난 2018년, 남미 베네수엘라의 경찰서 유치장에서 폭동이 일어나 6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현지 언론은 재정난으로 인해 배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정원의 7배에 달하는 수감자를 수용해 지나친 과밀화가 폭동의 원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교도소 과밀화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중남미 국가에서 교도소가 교도관 대신 폭력조직에 의해 통제되면서 갱생 시설이 아니라 범죄를 재생산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교도소 내 유착 구조는 워낙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어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전문가들에 따르면 멕시코 내 교도소 285곳 가운데 절반은 범죄조직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에콰도르 역시 교도소 36곳 중 대부분이 어느 정도 갱단의 통제 아래 있습니다. 이에 대해 NYT는 각국 정부가 지난 20년간 범죄를 더 엄격히 처벌하게 되면서 수감자 수가 급증했지만 늘지 않는 교도소 관리 예산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많은 국가가 비교적 가벼운 수준의 마약 범죄에도 유죄 판결을 더 많이 내리고 형량도 길어지면서 대부분의 교도소가 수용인원 한계를 넘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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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군이 갱단 간의 유혈 충돌이 발생한 콰야킬의 교도소 주변을 통제하는 모습 <사진=트위터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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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과밀화의 딜레마?
교도소 과밀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특히 중남미 교도소에서는 이러한 과밀화가 최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수용 가능한 적정 인원에 2~3배 달하는 범죄자들이 한 곳에 수감되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욘두라스의 산페드로술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산토스 비센트 에르난데스는 “여기 있기보다는 차라리 죽고 싶다”라며 열악한 환경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를 비롯한 여러 인권 단체들도 중남미의 비참한 교도소 환경을 지적하며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교도소를 확충하는 등의 방법으로 과밀화를 해결할 수 있지만, 왜 많은 중남미 국가들은 이를 방치하고 있을까요?
실제 교도소 과밀화 현상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는 중남미 국가 중 하나인 엘살바도르는 한때 살인율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치안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강력한 범죄 단속을 통해 살인, 강도, 강간 등 중범죄자 검거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이로 인해 대규모로 검거된 범죄자들이 교도소 과밀화 현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아버렸죠. 발 디딜 틈 없이 여러 명의 범죄자들이 한 곳에서 지내고 침대가 부족해 교도소 천장에 그물 침대를 매달아 생활하고 있는 수감자들의 모습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충격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살바도르의 범죄율은 눈에 띄게 감소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오히려 열악한 교도소 환경이 범죄 억제에 일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도소 과밀화가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중남미·카리브 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 기관인 ‘인사이트 크라임’은 “초만원 상태인 중남미와 카리브의 교도소는 비인간적인 수감 환경으로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범죄조직의 덩치를 키우고 결과적으로 치안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는데요. 칠레의 공공연구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범죄가 늘면 교도소 수용률이 높아지고 수용률이 높아지면 다시 범죄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언급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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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과밀화의 악영향
교도소 과밀화는 단순한 수용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과밀화된 교도소 환경은 수감자 간의 갈등을 유발하고, 이는 폭력 사건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폭력 사건이 교정시설의 안전성을 위협하며, 수감자들의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는데요. 특히, 과밀화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는 수용자들의 공격성을 증가시켜, 교정교화 활동의 효과를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도소 과밀화는 수감자들뿐만 아니라 교정시설 직원들에게도 큰 부담을 안겨줍니다.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량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이는 직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교도소 직원들의 이직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교정시설 내의 안전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직원들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 수감자들의 안전 관리가 미흡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며, 결국 교정시설 내의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교도소 과밀화는 범죄 예방과 재사회화 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요. 수감자들이 과밀한 환경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불안은 이들이 사회로 복귀했을 때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높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과밀화된 교도소에서 수감된 재소자는 재범률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즉, 교도소 과밀화 문제는 단순히 시설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의 범죄율 및 안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중요한 사안인 것이죠. 뿐만 아니라, 교도소 과밀화는 기본적인 인권 침해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수용자들은 최소한의 개인 공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며, 이는 그들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인권위는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이 수용자에게 더 큰 분노, 좌절, 긴장을 일으키며, 원치 않는 대인관계를 피할 수 없게 만들어 스트레스 상황을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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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최근 교도소의 과밀화 해소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방안은 수용자의 조기석방제입니다. 종신형 대상자나 심각한 폭력 범죄 또는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수용자는 제외되고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수용자들은 만기 전에 출소할 수 있는데요, 조기석방자에게는 전자발찌, 통금제한, 보호관찰 등의 몇 가지 준수사항이 부가되며 위반 시 재구금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들어오는 만큼 내보내면 된다는 단조로운 판단과는 달리 이 조치만으로는 과밀화 현상을 해결하기 충분하지 않았죠. 조기석방제는 과밀화 해소, 수용자의 이른 사회정착 지원, 가족관계의 회복이라는 이유들로 잘 포장되어 있지만, 단기 수용자의 높은 재범률은 결국 ‘준비 안 된 석방’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석방 후 당장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사회에 적응할 준비가 안 된 채 나와 재수감될 가능성이 컸던 것이죠. 가장 큰 문제는 사회에서 이들을 관리할 보호관찰관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정처우의 질적 저하와 조기 석방은 수용자의 갱생 실패와 사회정착의 어려움을 낳아 교도소로 다시 돌아오는 회전문 현상을 일으켰습니다. 즉, 조기석방제는 수용자의 사회정착을 일찍 돕는 방안이 아니라 문제를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는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했던 것이죠.
그러나 오랜 기간 과밀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이 뿐이 아닙니다. 교도소 내부에서 약물사용이 만연히 일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또한 과밀화의 중대한 요인 중 하나인데요, 교정시설 내 정신장애 수용자와 약물중독자들은 조기석방이나 임시석방에서 제외되며 만기출소까지 교도소에 잔류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약물은 일반적으로 신규 입소자, 면회객 또는 부패한 교도관을 통해 교도소 내부에 들어오는데,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한 공급으로 보안을 피하기에 보다 쉬워진 상황입니다. 이에 더해 일부 교도소에서는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수용자에 대한 약물검사를 아예 시행하지 않았다는 등의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교정시설 수용자에 대한 선별적 약물검사 결과 보안등급이 낮은 교도소 뿐 아니라 A보안등급인 교도소에서도 50%에 가까운 양성반응을 보였습니다. 약물중독자들은 출소 후 약물 재복용으로 다시 교도소에 구금되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근본적인 약물중독 교정 대책이 절실한데, 이러한 솔루션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죠. 전 세계적으로 범죄에 대한 처벌이 엄격해지면서 형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부실하여 앞선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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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교도소 환경이 단기적으로는 범죄율 감소에 기여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과연 장기적으로 범죄율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교도소는 단순히 범죄자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곳이 아닙니다. 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교정’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요. 과연 과밀화된 교도소에서 이러한 교정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할 시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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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황지미, 강민경, 김은혜, 노하늘, 박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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