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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상 가장 부자였던 록펠러보다 잘 살고 있다는 것을, 구독자님들은 알고 계셨나요? 하버드대 경제학자 맨큐 교수에 따르면 록펠러가 살던 시대에는 TV, 인터넷, 전화, 에어컨, 비행기 등 지금은 쉽게 누리는 것들을 경험할 수 없었기에, 생활수준은 지금이 더 좋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그만큼 기술의 진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번영을 가져와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런 아세모글루 교수에 따르면 기술의 진보가 자동적으로 모두의 번영을 가져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진보는 소수의 권력가들에게만 부가 집중되고 나머지 사람들의 역량과 권한이 박탈당하고 있다고 비판하는데요.
기술 진보와 권력의 상관관계를 대런 아세모글루•사이먼 존슨의 <권력과 진보>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
① 기술진보와 생산성 밴드웨건 저자는 기술 진보가 자동으로 인류의 번영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기술의 이익과 피해는 사회적, 정치적 선택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생산성 벤드웨건은 기술 발전이 경제 전반에 생산성을 확산시켜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필요성을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자동화 기술은 노동을 대체하면서 평균 생산성을 증가시키나, 새로운 노동 기회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한계 생산성을 증진하지 못합니다. "그저 그런 자동화(so-so automation)"는 노동자를 대체하면서 약간의 생산성 증가만 초래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집니다. 예를 들어, 무인 계산대는 계산원 고용을 줄이지만 고객에게 단순한 업무를 전가할 뿐, 경제적 혁신이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노동 감시에 초점을 둔 기술은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대신 노동 강도를 높이고 임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생산성 밴드왜건 효과를 위해서는 기술이 새로운 업무를 창출하고 노동자의 한계 생산성을 증대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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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낙관적 믿음과 설득 권력 기술 진보가 모든 이에게 혜택이 되지 않는 대표적 사례로 저자는 페르디난드 드 레셉스의 ‘파나마 운하 건설’ 계획을 꼽습니다. 2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만 난 채 실패로 끝난 이 공사는 19세기 대표적인 테크노 낙관주의의 사례로서 이것이 얼마나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죠. 당시 운하 건설 계획을 주도한 권력자들은 대규모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만 믿은 채 사회적 약자와 현장의 구체적 현실을 무시하고 권력자의 이해관계에 맞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기술 발전이 사회적 맥락과 권력 관계에 깊이 얽혀 있음을 강조합니다. 특히 기술 진보의 결과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을 때, 이는 거대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술 진보는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  |
▲1912년 6월 당시 파나마 운하 건설 현장<사진=조선일보> |
③ 설득 권력 기술 발전 과정에서 설득 권력이 어떻게 작용할까요? 설득 권력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며, 사회적 비전을 형성하는 능력에서 나옵니다. 이는 권력자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기술적 비전과 방향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우며, 적절한 맥락과 신뢰받는 사람들의 지지를 통해 강력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대 금융은 좋은 것이다"라는 아이디어는 월가의 경제학자, 언론인, 정치인에 의해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사회적 신뢰를 통해 널리 확산되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설득 권력이 단순히 개인적 이익 추구에 그치지 않고, 더 넓은 공공선을 위한 믿음으로 나타날 때 더욱 강력해진다고 지적합니다. 파나마 운하 건설에서 레셉스가 특정 설계에 집착했던 것도 개인적 이익보다는 자신이 믿는 이상과 기술적 해법이 옳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사례로 설명됩니다. 또한, 민주주의는 설득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여 더 나은 결정을 가능하게 합니다. 프랑스 철학자 콩도르세의 "배심원 정리"를 통해, 민주주의가 다양한 관점을 통합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필수적임을 알 수 있죠. |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비전과 이해관계와 밀접하게 엮여 있습니다. 정착 농경의 시작과 중세 봉건제 시기 기술 발달은 생산성을 증가시켰으나 계급 간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했습니다. 증가된 생산성이 전부 소수의 지배층들의 이득으로 돌아가면서 농민들은 생존이 불가능해질 경계선만큼 소비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지배 집단은 종교와 같은 설득 권력을 이용해 피지배 집단이 그들의 신성함을 기리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통치와 불평등을 정당화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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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중간 계층의 등장과 노동자 계층의 변화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중간 계층이 출현하면서 강력한 위계질서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비교적 평범한 배경의 사람들이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을 통해 막대한 부를 얻으며 계층 상승을 이뤄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위계가 완전히 철폐되서가 아니라 부유할수록 사회적 지위가 상승하는 사회적 분위기 덕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중간 계층은 부의 축적에만 관심이 있을 뿐 사회 공동체의 생활 수준에는 무관심했습니다.
이에 반해 기술이 발달되면 발달될수록 노동자의 현실은 가혹해지기만 하였는데요. 새로운 기계는 숙련 노동자를 단순 노동자로 전락시켰으며, 단순 노동자는 계속해서 노동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그들은 낮은 임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공중 보건, 노동 여건, 규율, 위험 등에서 열악한 대우을 받았습니다. 노동자가 사망한들 너무 쉽게 다른 노동자로 대체되었기에 더 나은 노동 조건과 정치적 권리를 주장하는 노동 운동이 터져 나왔고 노동자들은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일할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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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현세대까지 이어진 불평등 저자는 현 세대의 아동들이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보호 속에 놓여 있다고 지적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지나치게 걱정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위험이나 갈등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요. 이러한 부모의 행동은 안전한 애착 형태 발달을 방해합니다. 반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아이들을 무분별한 콘텐츠에 노출시키며, 현실에서 롤모델을 찾는 대신 SNS 인플루언서를 통해 잘못된 모방 학습을 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뼈말라"와 같은 극단적인 다이어트 문화가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외모지상주의와 타인의 관심에 대한 강박이 심화되고 있죠.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나이에 맞는 자유와 책임의 증가 없이 아이를 방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짝수 해 생일마다 점진적으로 자유와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의 책임을 인식하며 성장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  |
▲아마존에 맞서 파업중인 아마존 직원들 <사진=연합뉴스> |
① 자동화의 시대 현대에는 로봇과 AI를 통한 자동화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많은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디지털 테크놀로지에 더 많이 투자한 분야가 디지털화가 덜 된 분야에 비해 생산성 성장이 구별되는 변화를 보였거나 품질 향상이 더 빨랐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 이유는 노동자들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세심한 고객 응대 서비스가 있는데, 고객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여러가지이며, 어떠한 것은 예측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화된 업무를 수행하는데 맞춰진 AI라면 이 부분에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인간과 AI의 가장 큰 차이라면 감정과 창의성, 의식의 존재유무일 텐데요, 현대 경제에서도 인간의 적응성과 독창성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인간이 현재 수행하는 업무는 단순히 업무 지식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 문제 해결 능력 등이 혼합된 것일 텐데, 이러한 부분은 AI가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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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문제점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산업 현장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정치, 사회, 경제에 스며들어 많은 편리를 누리게 하였지만 저자는 업무의 자동화가 자본에 비해 노동에 불리하게, 그리고 대졸이나 대학원졸 노동자에 비해 저학력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합니다. 결국 자동화는 학력의 불평등을 심화하였고 곧 사회 전반의 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집니다. 저자는 1980년 이후로 불평등의 모든 지표가 급격히 악화되었으며, 임금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은 전체 중 일부일 뿐이라 말합니다. |  |
▲상위 1%와 하ㅟ 50%의 시간에 따른 소득격차 <사진=세계의 불평등 보고서> |
또한 저자는 고도의 감시 환경을 문제로 삼았습니다. 노동자들은 빠르게 돌아가는 업무 일정을 맞추기 위해 모니터링 됩니다. 상당수 노동자들이 이러한 작업 기준을 맞추지 못해 해고되었으며, 일부는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용 종료가 자동 결정되었습니다. 이러한 모니터링 방식은 안전과도 직접적 연관이 있습니다. 기업은 업무를 단기간에 처리하도록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것이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업무량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서두르다가 사고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는 인간의 가치를 저하시키는 행위이며, 기업이 원하는 생산성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
④ 기술을 통제할 적절한 사회 권력 기반의 필요성
이처럼 기술 진보는 자동으로 사회에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으며 권력과 이해관계가 개입하기에 불평등을 강화합니다. 현대에 와선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사회의 가장 기본 바탕이라 할 수 있는 민주주의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기술의 진보가 다수에게 혜택을 줄 수 있던 것은 노동자의 투쟁과 이로 인한 기술을 제어할 적절한 정책 때문이었음을 입증했습니다. 띠라서 저자는 디지털 기술을 제어할 다양한 정책을 제안함과 동시에 개혁을 위한 운동을 조직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
① 민주주의 무너지다 디지털 기술은 당초 기대와 다르게 민주주의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각국의 정부들이 디지털 기술을 시민 감시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테크 기업을 이용해 디지털 기술 사용자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 종합, 분석하여 예측적 치안과 사회신용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예측적 치안은 분쟁 위험이 있는 신장 주민들 중 데이터를 활용해 잠재적 반란자를 가려내는 것이고 사회신용체계는 AI를 활용해 온라인 상에서 반체제적 발언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글을 지우고 불이익을 주는 것입니다. 고도화된 디지털 검열로 중국인들은 외국 미디어에 접근할 수 없으며 항시 누군가 자신의 글을 검열할 가능성 속에 살아야 합니다.
독재 국가 뿐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디지털 기술은 정치적 혼란을 자행합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가짜 뉴스와 증오 선동의 확산이 너무나 쉬워졌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이용자에게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접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하였고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의 주범으로 낙인 찍히게 되었습니다. 반향실 효과와 필터 버블은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 제공하여 반대 의견을 접할 기회를 제한하고, 반대편을 악으로 간주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소셜 미디어 및 테크 기업들은 사회적 기여보다 기업의 이익을 행동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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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테크놀로지의 경로를 다시 잡기 저자는 100년 전 미국에서 특정 기업들이 트러스트를 조직해 기업의 이익만 취하고 사회 전체의 효용을 떨어뜨렸던 일에 주목합니다. “강도 귀족”으로 불렸던 이들은 새로운 기술의 부를 자신들에게 집중하도록 사용하였으나 이에 저항하는 진보적 사회개혁가들이 있었고 이들의 노력으로 트러스트의 비윤리적 행위를 널리 알리고 정치적 의제에 영향을 끼쳐 트러스트 해체 및 적정한 규제 법안을 도입하기에 이릅니다. 저자는 이들의 성공이 권력가들의 기존 내러티브에 순종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찾으려 했고 직접 행동에 나섰으며 정치인들에게 압박을 줄 수 있을 만큼 조직적 운동을 전개하고 탄탄한 지식을 바탕으로 구체적 개혁안을 제시하였기 때문으로 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현대의 디지털 기술이 소수에게만 부가 집중되고 다양한 의견들이 억압되지 않도록 하려면 이들을 볻받는 사회개혁운동을 해야 합니다. 저자는 적절한 인센티브와 규제를 통해 디지털 기술의 사회 전체를 위한 방향으로 바꾸도록 해야 하며 정부의 강한 리더십과 노동자들의 조직 운동을 통해 테크 기업의 횡포를 억제해야 함을 말합니다. 또한 학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학계가 디지털 기술에 덜 의존해야 하며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도록 부유세를 매기고 사회안전망을 강화도 시사하고 있습니다. |  |
“기술 진보가 인류의 번영을 가져온다는 낙관주의에 빠져 계시진 않으신가요? 이제 그 낙관주의에서 깨어날 때입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기술의 발전에도 경각심을 가지고, 특정 집단이 아닌 사회 공동체가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함을 상기시켜줍니다.” “기술의 진보에 관한 문제점을 세세하게 분석한 도서라 흥미로웠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늘 우리에게 풍요를 가져다주지만은 않는 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기술이 우리의 지갑만 빼가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넘어가는 것을 보기 싫다면 기존 서사를 의심하고 행동하고 조직해야 합니다.”
Editor 김예은 최지하 유승민 정경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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