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스 구독자님은 언론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기자의 옳은 모습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제시한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의 영화 <신문기자>입니다.
영화 <신문기자>는 2019년에 개봉했으며, 일본의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언론의 낮은 자유'를 드러낸 영화입니다. 일본 내에서 몇 안 되는 사회고발 영화이기도 하고요. 그런 이유에서인지 2020년 일본의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용기 있는 기자 ‘요시오카 에리카’역을 맡은 심은경 배우와 남자 주인공인 내각정보조사실 소속의 공무원 ‘스기하라 타쿠미’ 역을 맡은 마츠자카 토리 배우들이 각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일본 아카데미상 최초로 외국인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는 점입니다.
▲ 영화 <신문기자> 포스터<사진=다음영화>
① 줄거리 💬
도쿄의 작은 신문사인 토우토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4년차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 에리카(심은경)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신규 대학 설립 계획서를 받습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해당 대학 설립은 보통 대학들과 달리 문부과학성이 아닌 내각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과정에서 외부 권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심하게 된 요시오카 기자는 해당 사건을 파헤치기로 결심하는데요. 하지만 정부가 언론과 인터넷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해당 사건을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일본은 총리 중심의 내각부가 강력한 권리는 쥐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내각부 소속의 내각정보조사실은 가짜 뉴스를 유포하고 여론을 조작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한편 내각정보조사실에 막 발령받은 공무원이 있었습니다. 그는 바로 외무성에 있었던 스기하라 타쿠미(마쓰자카 도리)인데요. 그는 소위 ‘더러운 짓’을 하는 내각정보조사실의 실상을 알게 되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또한 그는 설상가상으로 신규 대학 설립 과정에서 도장을 찍었던 스기하라의 선배 칸자키가 자살한 이후 더욱 혼란에 빠집니다.
이러한 상황 속, 대학 설립의 비밀을 파헤치고 싶은 요시오카 기자가 스기하라에게 찾아오게 되고, 그들은 외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투명하지 못한 ‘신규 대학 설립 계획서’의 진실을 폭로하려 합니다.
② 민주주의가 무색한 일본의 언론 환경 ⚠️
사실 해당 영화가 각광받은 것은 처참한 수준의 일본의 언론환경 때문입니다. 일본은 아베 내각이 장기집권하면서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 자유가 침해당하는 일이 많이 발생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언론 자유 순위 역시 아베 총리 취임 이전인 2010년에는 11위였지만, 아베 총리가 퇴임한 2020년엔 68위까지 추락했습니다. 한국은 2023년 기준 47위고요.
▲ 일본 언론 자유의 변화<출쳐=국경없는 기자회>
일본의 언론 환경이 급속도로 나쁘게 된 원인으론 ‘특정비밀보호법’이 있습니다.. '특정비밀보호법'이란 일본 행정부가 ‘특정 비밀’로 지정한 기밀을 보도하거나 누설할 경우 최고 10년을 선고받을 수 있는 법인데요. 해당 법으로 인해 양심 고백을 한 공무원 내부고발자, 기자 등도 예외 없이 처벌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일본 언론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또한 아베 정권은 2012년 12월 재집권 이후, 미디어에 ‘기계적 중립’을 요구했습니다. 사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정권 이전엔 정권으로부터 보도 지침 등을 받은 적이 없는데, 아베 정권 집권 이후에는 기계적 중립을 하라는 공문을 언론사들이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공문이 나오면 항의를 해야 하는데 일본 언론의 핵심 인사들은 그 압력을 순순히 들었다고 하죠. 그래서인지 일본 정부의 문제를 폭로하는 신문기자 영화의 주인공 요시오카 기자가 더욱 일본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은 것 같습니다.
③ 영화의 모티브: 모리토모학교 비리 사건 🚨
이 영화는 실제 일본에 있었던 한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요. 그 사건이 바로 '모리토모학교 비리 사건'입니다. '모리토모학교 비리 사건'은 2017년 2월 전후로 발생한 일본 오사카의 학교법인 모리토모학원과 관련된 비리 사건으로, 이 학원은 일본 극우 집단인 일본회의의 간부이자 아베 신조의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인물이 운영하는 사학재단이었습니다.
▲ 영화 <신문기자> 스틸컷<사진=다음영화>
이러한 상황에서 모리토모학원이 국유지를 시가보다 80% 이상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의혹을 일본 공산당이 제기하였고, 이후 아사히신문은 해당 사건을 집중 취재하였습니다. 취재 결과 일본 총리실에서 특혜를 베풀었으며이를 은폐하기 위해 공문서까지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요.
아사히신문의 보도 이후, 모리토모 학원의 명예교장이었던 아베 신조의 아키에가 사퇴하게 되었고, 아베 총리의 지지율도 크게 하락하였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이게 전부였습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책임을 통감한다’ 라는 코멘트 이외에는 별다른 행동이 없었으며, 총리직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④ 에디터 총평: ★★★★☆
<신문기자>는 일본의 현실을 담은 사회 고발 영화입니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사실을 은폐해도 된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조용히 있어라”라는 대사가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데, 이는 일본 사회의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누구든지 본인의 생각을 말하고 잘못된 것을 폭로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가 형식적으로만 있는 일본의 현실을 영화 <신문기자>가 잘 비판했다고 생각합니다. <신문기자>는 지금 언론이 어떤 모습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두 주인공을 통해 전달했고요.
저는 해당 영화를 보고, 언론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까? 과연 우리 대중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요.에코스 구독자님도 영화 <신문기자>를 관람하며 진정한 언론에 대해 고민해 봤으면 좋겠습니다.그리고 심은경 배우의 훌륭한 일본어 연기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니 한 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