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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스 구독자님, 지난 주,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소식 기억하시나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예고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전 세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는데요. 북한의 갑작스런 인공위성 발사 계획 통보에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까지 나섰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행위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지리적으로 북한과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은 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예고에 민감하게 반응한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탄도미사일 기술은 사정거리가 5,500km 이상이나 나올 수 있는 비행 물체를 발사하는 기술을 뜻하는데요. 북한이 이 기술을 사용해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본토도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미국의 본토가 북한에 의해 격추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과거에도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1962년 발생한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난 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소련이 우방국인 쿠바에 몰래 미사일 기지를 설치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었는데요. 이를 발견한 미국이 쿠바를 향해 미사일 기지 철수를 강력하게 요청하면서 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순식간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3차대전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런 위험한 순간을 다룬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영화 <D-13>입니다. 영화 <D-13>는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케네디 행정부의 13일 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당연하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고요.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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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무력이냐, 협상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미국의 정찰 비행기인 U-2는 여느 때와 같이 쿠바 상공을 비행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평화롭던 분위기는 이 사진이 찍힌 이후 급격하게 바뀌는데요. 그것은 바로 러시아가 쿠바에 준장거리 탄도 미사일 기지가 설치되고 있는 현장을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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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U-2기가 찍은 쿠바 미사일 기지 <사진=민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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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대통령은 즉각 회의를 소집하고 여러 인사들과 이 상황을 공유합니다. 그러자 회의 구성원들은 극명하게 두 파로 나뉘는데요. 케네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측근들과 군부 인사들 간 의견 충돌이 일어난 것입니다. 군부 인사들은 쿠바에 소련의 미사일 기지가 건설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곧바로 공습, 선전포고를 주장합니다. 미국의 영토가 위험에 처한 걸 알게 된 이상 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죠. 심지어는 쿠바에 존재하는 미사일 90%를 없앨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반면, 케네디 대통령과 측근들은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세계 2차대전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고, 베트남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쿠바에서의 군사작전은 세계 3차대전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죠.
이 부분에서 주목할 점은 케네디 대통령의 태도입니다. 양측 간의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이 상황을 결정지을 사람은 최고 결정권자인 케네디 대통령 밖에 없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무력 공격은 안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무력 사용을 주장하는 강경파 인사들의 말을 경청했습니다. 최고 결정권자로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참모들의 말을 경청하나 결정을 내리지 않음으로 무력 사용은 안된다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죠.
특히 케네디 대통령의 보좌관인 케니는 목숨을 걸고 정찰에 나서는 군인들에게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합니다. 전화의 내용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적에게 공격당하지 말라’는 것이었는데요. 정찰에 나간 미군이 적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면 군부 인사들은 무력 사용에 대한 명분을 얻게 될 것이 분명할 뿐더러, 자국민이 희생 당한 케네디 대통령도 마냥 그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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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쿠바 봉쇄 작전 🔐
치열한 논의 끝에 케네디 행정부는 ‘쿠바 봉쇄작전’이라는 작전을 발표합니다. 쿠바 해상으로 진입하는 모든 선박을 검역해 공격용 무기가 실려 있을 경우 쿠바로의 진입을 막는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선박이 미국의 검문에 응하지 않는다면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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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해상에서 미사일을 싣고 돌아가는 소련 선박과 미 구축함 <사진=어린이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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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구축함이 쿠바 해상에 자리를 잡고, 쿠바로 들어가는 소련 선박과 미 구축함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당연하게도, 해당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미국은 검역을 거부하는 선박이 나타나 해당 선박을 향해 정말 공격을 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으며, 소련 선박들은 미국이 검역을 실시한다는 이유만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상황을 걱정했습니다. 실제로 소련의 한 선박은 미 함선의 추적을 따돌리며 봉쇄라인 안쪽으로 넘어가기도 해 양측 간 무력충돌이 일어날 뻔 하기도 했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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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전쟁 발발? 치열한 외교전 💢
쿠바 봉쇄작전과 더불어 케네디 행정부는 미국의 행동에 대해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 위한 외교전 또한 진행했습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우선 언론 발표를 통해 현 상황을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 알렸는데요. 소련은 이 사실을 즉각 부인하며 미국의 쿠바 봉쇄가 침략 행위라고 주장하며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로 양국의 갈등이 심화되자 유엔에서는 안보리가 소집되었습니다. 안보리 회의 중에도 소련 측이 계속해서 쿠바 미사일 기지의 존재를 부인하자 미군은 결국 정찰기를 통해 찍은 쿠바 미사일 기지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은 쿠바 해상 봉쇄 작전에 대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게 되었고요, 특히 미국 측이 소련 측에 쿠바 미사일 기지의 존재를 강하게 추궁하여 소련 측이 궁지에 몰리게 되는 장면은 실제 안보리 회의와 그 분위기 구조, 주고받은 대화가 모두 똑같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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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쿠바 미사일 기지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서울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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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되자 흐루쇼프는 미국에 측근을 보내 협상을 시작합니다. 흐루쇼프는 튀르키예에 있는 미국의 미사일기지 철수를 조건으로 내겁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나토(NATO)와의 관계, 군부 인사들의 반발, 미국 국내 여론 등 여러 상황들로 인해 주저했지만, 곧이어 비공개 철수를 조건으로 흐루쇼프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이 와중에 쿠바 상공을 정찰하던 미군이 소련군의 공격에 의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케네디 대통령이 우려하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군부 인사들은 당장 쿠바 공습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케네디 대통령은 ‘24시간 동안은 쿠바를 침공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4시간이 지나면 쿠바 공습이 시작될 것을 암시하는, 그야말로 선전포고라고 볼 수 있는 발언이었죠. 과연 케네디 대통령은 이 위기를 잘 해결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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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전쟁은 의지만 있으면 막을 수 있는 것 🕊
영화의 말미,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이자 법무부 장관인 로버트 케네디와 대통령 보좌관 케니는 전쟁 24시간을 앞두고 소련과 마지막 협상을 하기 위해 소련 대사관으로 향합니다. 로버트가 소련 대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케니는 밖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케니 맞은편에는 소련 배지를 단 한 여인이 긴장한 티가 역력한 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케니를 향해 ‘누구냐’고 물었는데요. 그러자 케니는 “친구”라고 대답합니다. 여인은 그제야 긴장을 조금 놓은 듯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고요,
이 장면을 통해 전쟁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이 위기로 소련 내의 분위기 역시 혼란스러웠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소련 역시 전쟁 발발을 두려워했으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고 추측해 볼 수 있고요.
비슷한 장면이 소련 대사와 로버트 케네디의 마지막 대화 속에서도 연출됩니다. 두 사람은 대화하는 내내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며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입니다. 협상이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바비는 결국 마지막 조건을 내겁니다. ‘소련이 미사일 기지를 철수한다면, 6개월 내에 미국도 터키의 미사일기지를 철수한다. 단, 기간 내에 이 사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소련 대사는 그제야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대화를 마무리합니다. 시간 내에 보고하려면 서둘러야 한다면서요. 시종일관 여유롭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평화의 분위기가 보이자 상부에 보고를 서두르는 모습에서도 전쟁을 막으려는 이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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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미사일 위기를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야말로 쿠바 미사일 위기의 교과서 같은 작품입니다. 특히, 사건의 발단부터 결말까지 케네디 행정부 내의 모습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하지만, 소련의 입장에 대해서는 추측만 할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계속되고,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도 지속적인 갈등이 이어지며, 냉전의 분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급박한 위기 상황 속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서로 한 걸음 물러나는 태도가, 전쟁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세계 평화를 만들어 낸다는 메시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임박한 상황 속에서도 전쟁을 막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우리는 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소련 대사가 마지막 회담 종료 후, 로버트 케네디에게 한 대사를 되새기며 마무리하려 합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오. 당신 형도 그렇고. 또 그런 분이 있기를 바랍니다. 우린 그런 이들의 의지로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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