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생각하는 올바른 ‘노동’은 무엇인가요? 이 질문에 대해 어떤 근로자는 노동에 대한 적절한 임금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고, 다른 이는 편안하고 안전한 근무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입니다.
각자의 관점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를 통해 노동에 관한 미국과 중국의 문화적 차이, 그리고 글로벌 시대에 변화하는 노동의 모습을 알아보겠습니다.
▲<아메리칸 팩토리 포스터=넷플릭스>
① 줄거리
2008년 미국 오하이오의 한 자동차 회사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미국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러다 중국의 사업가 차오더왕은 이 공장을 인수해 푸야오 유리 공장을 설립하는데요. 미국 노동자들은 무너진 삶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고 중국인들을 반기게 됩니다.
하지만 중국의 자본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푸야오 공장에서 미국과 중국 노동자들이 함께 일하게 되면서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가 드러납니다. 미국 노동자들은 낮아진 임금에 비해 더욱 강해진 노동 강도를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중국 관리자들은 더 오래 일하면서도 불평하지 않는 중국 노동자들이 있기에 미국 노동자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요.
이러한 갈등이 지속되면서 미국 노동자들은 노조를 설립하고자 했고 중국 관리자들은 이를 반대하면서 노조 설립 찬반투표까지 진행하게 됩니다. 결국 노조설립은 실패하게 되었고 이후 푸야오 공장은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며 기계의 도입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을 선택합니다.
▲<사진=넷플릭스 아메리칸 팩토리 예고편>
② 노동에 대한 미-중 간의 문화적 차이점
1. 노동자의 자율성 VS 과업의 효율성
미국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와 공정한 대우를 중요시하는데요. 그렇기에 자율성과 의사 표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공장 내에서 노조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려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반면 중국 관리자들은 노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노동자가 상사의 지시를 따르고 규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며, 노동자의 개인적인 권리보다는 전체의 성과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2. 근로 환경과 작업 속도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근무 환경에서의 안전과 편안함을 중시하는데요. 다큐 속 미국 노동자들 역시 여유를 가지고 안전하게 일을 하려고 하죠. 또한 과도한 노동은 피하려 합니다. 반면 중국 관리자들은 노동자에게 높은 생산성과 빠른 작업 속도를 요구합니다. 속도와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노동자들은 휴게 시간에도 기계처럼 일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해 갈등은 심화됩니다.
3.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미국 노동자들은 비교적 수평적인 조직 구조와 개인적인 자유를 중시합니다.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일정한 평등을 바라는 경향이 있는데요. 미국 노동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 관리자들은 전통적인 위계질서와 집단주의를 중요시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효율성을 우선시하기에 자신의 의견을 내는 것보다는 상사의 지시에 따라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이와 같은 차이를 통해서 중국처럼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함으로써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맞는지, 미국처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공장의 생산성보다 노동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③ 자동화되는 세계와 노동의 미래
노조 설립 무산 후 푸야오 공장의 갈등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유리 제작 공정에 로봇 팔을 도입한 것인데요. 자동화 기계의 도입 후 회사는 노동자 수를 크게 줄였으며 추가적인 노동자 해고를 계획합니다. 이후 2018년부터 푸야오 공장이 흑자로 전환된 것을 보여주며 다큐는 끝이 납니다.
갑작스러운 자동화 기계의 등장으로 노동의 가치를 두고 대립했던 중국 노동자와 미국 노동자의 갈등은 순식간에 무력화됩니다. 더 이상 노동 시간과 강도에 대한 문제는 의미가 없어지고 생존의 문제로 바뀌게 된 것인데요. 자동화 기계 앞에서는 어떤 사람도 기계보다 더 나은 노동력과 생산성을 제공할 수 없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사람보다 기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노동에 관한 문화적 충돌을 보여주던 다큐가 갑자기 기계화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의도적입니다. 기술 발전으로 현실에서 이미 상당 부분 인간의 노동력은 기계로 대체되었습니다. 특히 인간처럼 생각하는 AI의 발전은 그런 현실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년 이내로 AI가 인간의 모든 작업을 능가할 확률이 50%라고 주장하는데요. 그렇다면 자동화된 노동 환경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많은 학자들이 자동화 시대에 오히려 인간다움을 강조합니다. 질문을 던지고 상황에 알맞게 기계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동자들도 기업의 의도에만 부합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목적의식을 갖고 기계를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국가는 노동자가 다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기계에 대한 교육과 일자리 양성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아메리칸 팩토리>가 강조한 것처럼 노동자들이 기존의 가치관 차이를 초월해 연대해야 합니다. 연대하지 않으면 기업은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간의 희생을 강요할 것입니다.
▲<사진=넷플릭스 아메리칸 팩토리 예고편>
④ 에디터 평
“노동의 가치는 생산성과 효율성의 결과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본인의 보람에서 오는 것 아닐까요?”
“노동이 노동자의 손이 아닌 기계 팔에 의해 작동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자멸을 선택할까요?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타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두 나라의 노동 환경과 가치관의 차이 그리고 글로벌화된 현대 사회의 복잡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 이를 통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인간이 발명한 기계로 인해 인간이 위협받는 세상이 왔습니다. 인간의 생존은 우리 손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