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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지난 10월 10일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모두 들으셨을 텐데요.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에 모든 국민들이 기뻐하고 현재 한국에는 이 영향으로 독서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죠. 한강 작가의 수상을 결정한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삶에 대한 인간의 연약한 면을 작품에 잘 녹여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렇다면 ‘역사의 아픔’을 다룬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의 작품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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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2024년 수상작'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 대한민국의 5.18 민주화운동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릴 책은 바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입니다. 이 책은 한국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당시의 상황과 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980년, 그날의 광주에는 어떠한 아픔이 도사리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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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한국 현대사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발자국을 남긴 항쟁으로,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광주와 전남 일원에서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주 항쟁입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p.20)” 이는 <소년이 온다> 중 작중 친구 ‘정대’를 찾으러 상무관으로 온 주인공 ‘동호’가 한 말입니다. 그는 계엄군에 맞서 몸을 내던진 광주 시민들의 시체를 보고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치 나라가 저지른 행위가 아니라는 듯한 모순적인 태도처럼 보였을 수 있죠. 하지만 광주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기 때문에 태극기를 덮을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동호’를 중심으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서술하는 이 책은, 등장인물들의 시선으로 본 그날의 광주와 그들에게 남겨진 후유증을 보여줍니다. 또한 남은 사람들에게 깊숙이 박힌 상처와 평생 안고 갈 끔찍한 기억들을 낱낱이 표현하며 남겨진 사람들의 어깨에 놓인 무게에 대해 말합니다.
② 韓半島에 남겨진 恨
그렇다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이 사건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부각시켰으며,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와 권리를 주장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죠. 결국 이 항쟁은 사회적 연대와 저항의 상징으로서, 이후 한국 사회의 정치적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기억하는 것은 현재, 그리고 훗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데요. 이는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숨지 않고 맞서 싸운 사람들의 한을 기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의 지속성과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광주 민주화 운동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③ 에디터 총평 ★★★★★
매 장마다 서술자가 달라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소년이 온다>는 시민군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당시 상황뿐만 아니라, 남겨진 이들의 아픔과 상처까지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1980년 광주의 아픔이 그 당시, 그리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을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계엄군이 저질렀던 만행과 광주 시민들의 상처를 여과 없이 문장에 녹여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산문을 읽음으로써 역사를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시민군들이 원하는 현재 우리 모습 아닐까요?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소중한 목숨을 희생한 광주 시민들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의 행동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되새기고 추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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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2017년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 :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남아 있는 나날>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의 사이를 배경으로 영국 귀족의 장원을 모시던 집사 ‘스티븐스’의 인생을 다루고 있는 소설로, 일본계 영국인인 가즈오 이시구로의 1989년 작품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쟁 직전 격동의 시대, 1930년대에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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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남아 있는 나날> <사진=yes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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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줄거리
<남아 있는 나날>은 1956년 시점에서 과거 1920-30년대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전개합니다. 주인공 ‘스티븐스’는 과거 ‘달링턴 경’을 모시는 집사였으며 달링턴 경의 저택 달링턴 홀은 세계 최고의 명사들이 드나들던 저택으로 당시 국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력자들이 사전조율의 장으로서 모이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권력자들과 함께 세계평화를 향한 달링턴 경의 헌신과 열정을 지켜보면서 스티븐스는 그를 도와 가치 있는 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한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낍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위대한 집사로서 요구되는 덕목인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자신의 모든 것을 충성할 만한 대상에게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는 과거의 삶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를 마주하게 됩니다.
② 시대적 배경: 전쟁 배상금 문제와 히틀러의 등장
소설의 주요배경이 되는 시대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로 당시 최대 이슈는 독일의 배상금 문제였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은 영국, 프랑스, 미국이 주축인 연합군에게 패하고 많은 전쟁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패전 이후 경제가 엉망이 된 상황에서 독일은 갚을 능력이 없었는데요. 배상금으로 인해 독일 사람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지면서 연합국에 대한 불만은 팽배해졌죠. 이로 인해 독일인의 우수성을 설파하고 이들의 불만을 전부 유대인과 연합국의 탓으로 선동하던 히틀러와 나치당이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이 독일의 배상금을 완화시켜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소설의 가공인물인 달링턴 경도 그중 한 명이었는데요. 그러나 어느새 독일은 이미 히틀러가 장악해 새로운 전쟁을 준비 중이었고 평화를 위해 독일에게 관용을 주장했던 달링턴 경은 히틀러에게 힘을 실어준 꼴이 되어버렸죠. 특히 가장 문제가 되었던 ‘뮌헨 협정’이 달링턴 홀에서 사전조율된 일은 달링턴이 히틀러에게 명백히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③ 소설이 오늘날 남긴 메시지
소설에서 진정 중요한 시대는 전쟁 이후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너무나 끔찍한 결과에 기존의 가치관은 무너지고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됩니다. 또한 전쟁 이전에 세계 최강의 권력을 누리던 영국은 전쟁 이후 미국에게 이 자리를 내어줍니다. 달링턴 홀에 새 주인이 미국인인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인데요. 많은 영국인들이 변화된 삶에 적응하지 못하였고 과거의 가치관이 통용되지 않는 세상을 힘겨워했습니다. 주인공 스티븐스는 바로 이 시대를 인간화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데요. 품위와 예의범절이라는 영국적 가치에 인생을 바쳤지만, 돌아온 것은 그의 이상적 자아라 할 수 있는 달링턴 경의 실책과 죽음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신적 죽음을 맞고 나서야 스티븐스는 무조건적으로 복종했던 자신을 반성하고 과거를 돌아보게 됩니다. 소설 속 결말을 피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사회적 문제에 대해 남들을 따라가기보다 비판적인 사고를 갖고 바라봐야 합니다.
두 번째로 소설은 개인의 행복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역설합니다. 맹목적 충성의 대가로 개인의 행복을 바쳤던 스티븐스가 이를 후회하는 것에서 잘 드러나죠.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집단의 압력에 눈치를 보는 일들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나날>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온전한 인격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불행함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④ 에디터 총평 ★★★★★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믿을 수 없는 화자’입니다.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화자가 일부러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하여 독자로 하여금 위화감이 들게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직접적으로 주인공의 후회나 가치관의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과거의 삶에 대한 변명과 자기포장으로 가득할 뿐입니다. 역설적으로 그것이 스티븐스에게 연민과 공감을 갖게 하고 소설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데요. 아쉬운 과거를 숨기고 변명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태이기 때문이죠. 결말에 나오는 “저녁은 인생의 가장 즐거운 때”라는 대사는 소설의 메시지를 간결하게 함축합니다. 과거가 어찌 되었든 현재를 즐겁게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남아 있는 나날이 얼마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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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1993년 수상작'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 : 미국 남북전쟁 이후
마지막으로 토니 모리슨의 소설 <빌러비드> 를 통해 미국 남북 전쟁시대에 노예제로 인해 고통받았던 이들의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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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줄거리
<빌러비드>는 토니 모리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 미국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의 상처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세서’는 스위트홈 농장에서 성적 학대와 같은 끔찍한 경험을 한 후 탈출하지만,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신시내티의 124번지에서 딸 덴버 그리고 가족을 괴롭히는 유령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세서는 "빌러비드"라는 젊은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녀를 죽은 큰딸로 생각하며 정성껏 돌보게 됩니다. 그러나 빌러비드는 오히려 세서의 삶을 점점 파괴해 나가고, 세서는 이를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개입과 여러 사건 속에서 세서는 점점 더 쇠약해지지만, 그녀의 딸 덴버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커뮤니티와 연결됩니다. 결국, 세서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과거에서 일어나 노예제로 인한 그녀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② 시대적 배경: 노예제
책의 배경인 19세기 후반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음에도 여전히 인종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이 만연한 시기였습니다. 당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해방된 후에도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흑인들은 공유지 농법하에 농장에서 일하며, 빚에 얽매이거나 착취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여성 흑인 노예는 노동착취와 폭력뿐만 아니라 성적 학대까지 당해야만 했습니다. 주인을 포함하여 백인 남성들의 성적 대상이 되어 강제로 성관계를 맺고, 그로 인해 태어난 자녀 또한 노예가 되었습니다. 이에 20세기 초반부터 흑인 커뮤니티는 문화적, 정치적 저항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였는데요. 그럼에도 1960년까지 인종 분리 법률로 인해 흑인과 백인 사이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격차는 커져만 갔습니다. 이 법은 공공장소에서의 인종 분리, 투표권 제한 등을 포함하여 흑인들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무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이런 사회적 상황을 바탕으로 <빌러비드>는 당시 흑인 여성들이 겪은 심리적, 육체적 상처와 고통을 ‘등에 피어난 나무’로 표현하며, 그들의 치유와 자아를 되찾는 여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③ 변화한 제도와 변하지 못한 문제점
인종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은 오늘날에도 사라지지 않고 더욱 다양한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유색 인종”이라는 이유로 직장 내 차별을 받거나 경찰로부터 범죄자 취급을 받는 사건이 발생해왔습니다. 인종뿐만 아니라 성별로 인한 유리천장, 임금 및 고용 차별의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현대사회에서 평등과 관련된 법을 제정함으로써 이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개인적, 사회적 차별은 <빌러비드> 속 노예제와 같이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인종을 넘어서 현대 사회의 사회적 소수자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는데요. 주인공 세서가 흑인 여성만이라는 이유로 성적 학대와 비인간적 대우를 받은 것처럼 사회적 소수자 역시도 합당한 이유 없이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음을 깨닫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해줘야 할 것을 시사합니다. 또한 세서의 치유 과정은 단순히 개인적 회복이 아닌 공동체와의 연대, 정체성의 재구성, 사회적 변화를 포함하는데요. 이는 현대 사회의 소수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달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 지지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④ 에디터 총평: ★★★★★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는 미국의 노예제로 인해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아픔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잘못된 사회의 제도가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에게 끼치는 참혹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현대의 국가가 국민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법을 제정하는 것에 있어 얼마나 신중하고 고심해야 하는지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회하는 미래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과거를 기억하고 오늘을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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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고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는 과거의 잘못을 기억하고 현재의 삶을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요? 노벨문학상이 주는 의미는 단순히 ‘누가 예술적으로 가장 대단한 작품을 남겼는가’가 아니라, 작가의 문학적 여정이 인류의 문화와 역사에 남긴 발자취를 인정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Editor 김예은 최지하 유승민 정경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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