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봉은 군종 속에서 개인의 개성은 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군중 내에서는 직업이나 연령, 계층 등의 외부적 요소는 사라지고 개인의 성격이나 생각도 드러나지 않게 된다고 분석한 것인데요. 예를 들어, 특정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재산, 능력, 나이 등이 다르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밖에서 그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이 내부에서 동질성을 형성했기 때문에 개개인의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 군중을 움직이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르봉은 동질성을 갖는 집단을 움직이는 것은 군중의 무의식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르봉은 “군중은 의심할 나위 없이 무의식 상태에 있다”라고 말하며 군중을 무의식적이고 충동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르봉의 분석이 얼추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규모 군중집회에서는 일반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으로 특정 구호를 외치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러므로 복잡한 내용보다 단순한 문구로 구호를 형성하죠. 그러므로 개인이 아무리 지식이 뛰어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말을 하더라도 군중 속에서는 단순하고 자극적인 구호가 주목을 받는 것이 사실고요.
그리고 군중 속 개인은 단순한 구호에 영향을 받게 되고, 더 나아가 분위기에 휩싸이면 개인의 의지와 다르게 충동적이면서 폭력이 동반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이번 프랑스의 이민자 소년 ‘나엘’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 집회를 보면 알 수 있죠. 인종차별에 항의한 군중들은 점차 폭력시위로 변질되었고, 그들은 가게를 약탈하거나 방화까지 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르봉은 군중이 암시에 쉽게 걸리고 그 암시가 빠르게 전달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군중은 충동적인 말, 즉 암시에 큰 영향을 받고, 과격한 지도자의 말이 군중을 폭력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빈번하며, 특정 지도자의 과격한 언행이 평화 시위를 폭력 시위로 만들기도 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